히말라야 산자락에 남긴 족적
- 이종구 목사님, 장세자 사모님 두 분의 네팔 사역을 회상하며..
어 준경 선교사
두 분을 처음 뵙게 된 것은 네팔에 새로 오신 분들에게 네팔어를 가르쳐 드리는 네팔어 강의시간에서였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해 드려야 하기에 두 분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개척교회로부터 시작해 성공적으로 목회사역을 하시다가 일찍 은퇴를 하시고 선교에 헌신하여 네팔에 오신 두 분을 보면서 참 귀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연세가 많으셔서 새로운 언어 배우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배워나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셨다. 장세자 사모님은 한국어-영어-네팔어로 성경필사까지 해 가시면서 영성관리와 언어습득에 어떤 젊은 분들보다 더 열심이었고 기회만 있으면 질문을 하시면서 배워나가셨다.
후에 두 분께 EPCoN (Evangelical Presbyterian Church of Nepal, 네팔 복음주의 장로교회) 선교사역을 소개해 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하여 두 분이 EPCoN 사역에 동참하시게 되면서 더욱 깊은 관계를 갖게 되었고, 또 두 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두 분께서 EPCoN에 함께 하시면서 한 동안 정체상태에 빠져있던 EPCoN에 새로운 활력이 돌게 되었다. 돌이켜 볼 때, 이종구 목사님의 가장 큰 공로는 EPCoN 선교사회에 속한 선교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시면서 선교사들의 연합과 협력을 이끌어 내셨다는 점이다. 당시 선교사들이 각자 입장에 따른 생각의 차이로 인해 흩어져 있던 사역들이 이종구 목사님의 조언과 권면을 따라 마음을 같이하여 선교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고, 이것은 네팔 현지 사역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서 그들 역시 EPCoN 소속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갖게 되었다.
두 분은 한국에서의 풍부한 목회 경험과 또 목회학 박사 과정을 하신 분으로 이제 겨우 기틀을 잡아나가는 EPCoN 사역에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 목회자 수련회 때에 주강사로서 네팔 목회자들에게 강의를 하시면서,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세와 태도를 가르쳐 주시고, 어렵고 학문적인 내용이 아닌, 네팔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들을 주셨다. 겨우 노인 2명, 청년 2명의 성도 뿐인 시골교회의 목회를 맡아 부흥시킨 경험과 성도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도회지 교회를 개척하여 성장시킨 목사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르침은 네팔의 어려운 현실의 벽에 낙심한 채, 선교사들에게 재정후원만 바라보는 네팔 목회자들에게 강한 도전을 주었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헌신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목사님은 EPTS 신학교 (Evangelical Presbyterian Theological Seminary: 복음주의 장로교 신학교) 에서도 가르치시면서 신학생들의 교육에서 크게 일조하셨다. 현장목회경험을 통해 다져진 목사님의 설교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강해설교의 능력을 배우게 되었다. 말씀을 말씀으로 선포하면 반드시 역사한다는 목사님의 가르침으로 학생들은 설교자로서의 소명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받지 못한 목회자들이 오직 열정만으로 설교하는 네팔의 현실에서 목사님의 말씀중심 강해 설교에 대한 지도는 신학생들에게 참된 설교를 알게 해 주었다.
장세자 사모님은 목사님을 내조하실 뿐만 아니라 직접 사역에 참여하셔서 신학생들 가운데 소수인원을 선발하여 성경공부를 인도하셨다. 3명의 남학생과 2명의 여학생들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집으로 초청하여 간식을 나누며 성경공부를 해 나가셨는데, 학생들은 그들의 목회사역에서 성도들을 말씀으로 제자 훈련해 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익힐 수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배움이었다고 말한다. 신학교의 학습은 매우 지적이고 학문적이어서 교회현장에서 일반 성도들을 가르치기에 적합하지 않기에 사모님의 가르침은 그 만큼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이 있어 선교지를 옮기게 되어 네팔에서의 선교기간은 1년 반 남짓하지만, 두 분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고, EPCoN 사역의 기초를 다지는데 있어 큰 공헌을 하셨다고 말할 수 있다. 성공적 목회경험과 목회학 박사라는 배경을 갖고 오셨음에도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말씀하시며 섬기신 두 분이셨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참으로 귀한 발자취를 새겨 놓으실 수 있었다. 새로운 사역지로 인도받으셨다고 할 때 우리 모두는 가능한 한, 두 분을 붙잡고자 하였고, 너무나 아쉬워하였다. 그만큼 두 분이 계셨던 자리는 크고 깊었던 것이다. 험난한 히말라야의 산자락은 특히 장세자 사모님께 건강의 부담을 주었던 것과 하나님께서 두 분을 더욱 크게 쓰시려는 곳으로 인도하시는 손길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끝까지 두 분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초심을 잃지 않고, 자리나 명예에 연연해하지 않고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끝까지 본이 되는 모습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비록 한 때 크고 놀라운 사역을 감당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지키지 못하는 수많은 사역자들이 넘쳐나는 한국 교회와 선교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이종구, 장세자 두 분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마무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참된 종, 참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두 분께서 젊은 시절, 그 모든 힘과 정성을 교회 개척과 성장에 쏟아 붓고 은퇴한 뒤 선교지에 계신 상황에서 여러 연약함과 한계가 있으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분들의 연륜에서 흘러나오는 지혜와 영향력은 패기있는 젊은 선교사의 활발한 그 어떤 선교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네팔에서 나누어 주신 것처럼 어디로 가시든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때까지 나누어 섬기시는 두 분이 되시기를 기원 드린다. 두 분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종구 목사님, 장세자 사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주님이 인도하시는 곳에서 허락하시는 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부르심의 길을 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11년 1월 9일
카트만두의 호젓한 주일 오후에 두 분을 기억하며…
어 준경 선교사 쓰다.
# 어 준경 선교사님은 네팔에서 다른 많은 사역들을 하시면서도 특별히 네팔에 오시는 한국 사람들에게 네팔어를 가르치는 사역도 겸하여 하신다. 어 준경선교사님이 계시기에 네팔에 와서 사역을 시작하는 많은 선교사님들이 네팔에 빨리 정착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우리가 네팔에 있을 때 목사님의 강의나 설교를 네팔말로 통역해 주셨고, 집에서 하는 성경공부 시간에도 통역을 몇 번 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네팔을 떠나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네팔로 부르셨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 생각하던 중 어 준경 선교사님의 이 글은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성도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작년에 사도행전 16장을 묵상하는 중 “6절-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이 말씀이 강하게 와 닿기에 무슨 뜻일까? 하나님께 물으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네팔에서 통역을 담당해 주시는 분들이 2011년도에 안식년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나 자신이 고산증 증상이 자꾸만 심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9절-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그러면 그 마게도냐가 어디냐?를 가지고 많이 기도하며 묵상하고 있던 중 여러 곳에서의 부름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이곳 필리핀 선교지를 돌아보러 왔을 때 이 승준 학장님이 “그 마게도냐는 민다나오의 M 자와 같은 것으로 이곳 민다나오를 의미합니다.” 라고 해석을 해 주셨고, “이곳에서 목사님 같이 경험 있으신 분이 오시도록 우리 모두 강하게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꼭 오셔서 도와주세요” 라는 여러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하신다는 징조를 보게 되었고, 우리 청년들이 단기 선교로 첫 발을 내 디딘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로 결정을 하면서부터 모든 일들이 얼마나 형통하게 진행이 되는지 우리 자신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임함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 젊은 선교사님들이 열정적으로 잘 하고 있는데... 젊은 선교사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우리가 오히려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 걱정도 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향한 기대는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하시면서 또 이곳으로 부르신 것일까?”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선교지의 사역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끝 날에 다시금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우리를 부르신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주님의 나라를 위해 그 동안 깨닫고 경험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나누어 주다가 주님 앞에 가고 싶습니다. 어느 곳에 머물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우리로 말미암아 하나님 나라가 더 확장되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며, 하나님의 의가 세워지는 일에 더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쓰임을 받는다면....
이 일을 위해서 성도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격려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2011년 1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장 세자 드림